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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18 Google 이 알려준 나의 흔적 찾기...2002년의 어느날

Google 이 알려준 나의 흔적 찾기...2002년의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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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단상

박성광 (전북의대 신장내과 교수, 4회)

나는 어릴 때부터 운동 신경이 둔해서 운동하기를 싫어했고 또 하고 싶어도 친구들이 잘
끼어주지 않는 형편이었다. 야구를 한다 하면 헛스윙하기가 일수이고 이제까지 한번도 배
팅을 하고 1루까지 가본 경험이 없다. 축구를 한다고 뛰어다녀 보았자 개발질 이나 하고
다니고 수비하다가 자살 골이나 먹고 하니 누가 공을 패스해 주겠는가? 농구도 사람이 모
자랄 때만 끼어서 하는데 번번히 공이나 뺏기고 있고 배구도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내가
끼면 상대편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판이고 테니스도 열심히 레슨을 받았는데 코치가 공을
끝까지 보라고 하는데 공이 빨리 오면 눈을 감아버리는 통에 그것도 군대 시절에 그만 두
었다. 골프를 몇 년 쳐 보았는데 그래도 형편이 나아서 100 쯤 쳤는데 목 디스크가 생겨서
두 번째 홀에서 앰뷸란스를 타고 나오는 바람에 그것도 포기하고 클럽도 남을 줘 버렸다.
집사람이 탁구를 좋아해서 같이 레슨을 받고 있는데 몇 년째 해도 실력이 안 늘어서 누가
얼마나 했느냐고 물어보면 레슨 코치 손님 떨어질까 무서워 몇 개월 배웠다고 하고 있다.
근데 해보니까 운동 신경이 전혀 필요 없는 레포츠가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등산과 뜀박
질이다. 이것은 은근과 끈기만 있으면 되는 것인데 끈기하면 박성광 아닌가? 그래서 4 년
전에 경주까지 가서 동아마라톤 10Km코스에 온 가족이 참여하여 같이 완주를 하였으나
경주는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2년 전에 전주군산간 벚꽃 마라톤이 생겨서 하프 코스
를 완주하였는데 그 때에는 대회에 맞추어서 벚꽃이 만개하여서 장관을 이룬 가운데 뛰니
까 숨이 차는 것도 몰랐다. 작년에도 전주군산 하프코스를 뛰었고 부안 격포 마라톤이 새
로 생겨서 해변 가를 뛰는 것이 멋있을 것 같아서 뛰었는데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고 뛰는
것은 환상적인데 오르막 내리막이 심해서 아주 힘든 코스였다. 그러다가 마침 올해 3월에
가까운 임실에서 하프 마라톤 대회가 처음으로 열린 다는 것을 알고 같이 일하고 있는 박
진우 부학장(5회)을 슬슬 꼬드겼다. 박진우교수는 의대에서도 술은 겁나게 좋아하고 운동
은 지독히 싫어하기로 두 번째 가라면 서운한 사람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기에 작업이 쉽
진 않았다. 그러다가 술김에 "정 그러면 한 번 해봅시다" 소리를 듣고 장부일언은 중천금이
라고 쐐기를 단단히 박고 이번에는 채수완 학장님에게 부학장, 의학과장이 뛰는데 학장님
이 안 뛰면 남들이 학장님이 왕따 당한다고 생각하지나 않을까 염려된다고 하니까 "딴 사
람도 아니고 박진우 교수가 마라톤을 하면 나는 한 발로 깨금발을 짚고라도 할수 있다"고
호언을 하시고 참가하기로 했다. 말은 그렇게 해놓고 연습을 하기는 해야 되는데 하고 맘
만 먹고 실제로 모여서 연습은 한 번도 못하고 박진우교수는 걱정이 되는지 2주 전 쯤 부
터는 그 좋아하던 담배도 거의 안 피고 운동장도 몇 바퀴 돌아보곤 하였다. 나는 신장내과
의 전공의들에게도 병실을 지켜야되는 필수 인원만 빼고 참석을 종용했는데 병실에서 자
야 되는 2 년차 정혜진 선생(여)이 자원을 하여서 뛰어본 경험이 있냐고 하니까 전혀 없다
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라톤 참가 며칠 전에 딱 한번 모여서 신장내과 전공의들과 의과대
학 뒤를 30분간 달렸더니 4 년차인 이동민 선생은 벌써 숨이 턱까지 차서 힘들어하였다.
마라톤 당일 날 모여보니 성형외과 이내호 교수, 신장내과 김원 교수, 이식 전임의, 이승
룡 선생, 강경표 선생, 의과대학생으로 이윤재 군, 김성강 군, 장영우 군, 집사람 (4회, 이
오경), 대학교 신입생인 우리 큰 딸 박은혜가 모였다. 뛰기 시작하여 이내호 교수는 원래
선수이기 때문에 벌써 앞에 가버리고 중간에 학장님, 부학장님, 나, 정혜진 선생이 나란히
뛰었다. 양 옆에는 많은 사람들이 늘어서서 박수로 응원을 하여 주셨다. 박진우 교수는 예
상외로 잘 뛰었고 정혜진 선생은 긴 소매, 긴 바지를 입고도 잘 뛰고 있었다. 나이 드신 할
머니, 할아버지들도 길옆에서 신기한 듯 보시면서 열렬히 응원해 주셨고 어떤 분은 배를
깎아서 한 조각씩 주시는 분도 있었고 끝나고 오면 밥해 줄테니까 들리라는 분도 있어서
훈훈한 시골인심을 느낄 수 있었다. 거의 두 시간을 쉬지 않고 달리고 있으려니까 박진우
교수가 쉬었다 갈테니까 먼저들 가라고 해서 절대 그렇게는 못하고 쉴려면 같이 쉬고 여기
서 포기하면 우리들도 같이 포기하겠다고 위협을 하니까 별수 없이 그냥 뛰자고 해서 안
쉬고 천천히 뛰었다. 4명이 같이 마지막 피니쉬 라인에 도착했을 때는 2시간 20여분이 지
났을 때인데 한 번도 쉬지 않고 처음으로 하프 코스를 완주한 학장님, 부학장님, 정혜진 선
생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하도 대견스러워서 정혜진 선생에게 어떻게 뛴다고
자원할 생각이 났느냐고 물으니까 웃으면서 병실 당직 서기가 싫어서 뛴다고 나섰다고 해
서 다 같이 박장대소하였다. 나머지 선수들도 다 하프코스와 10 Km를 완주하였다. 그리
고 나서 마시는 임실 막걸리 맛은 정말로 일품이었다. 오리고기에다 백세주를 마시고 기
분 좋게 피곤한 몸으로 헤어졌다.
그러다가 4월에 전주 군산 간 벚꽃 마라톤 대회에는 풀 코스에 도전해 보아야겠다는 욕심
이 생겼다. 주위에서 풀 코스는 그 나이에 무리니까 잘 생각해보라는 말도 있었지만 한 편
으로는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뛰는 게 낫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 앞섰다. 그런데 마음만
앞섰지 통 연습할 시간이 없어서 학교 운동장 한 시간 과 종합경기장 트랙을 삼십분 돈 것
이 준비의 전부였다. 출발 당일에 학교에 가보니 성형외과는 이내호교수 부부와 문지현 임
상교수, 강홍대, 노시훈 전공의 , 신경외과는 이정청 교수님을 비롯하여 박정윤. 이국진,
이동규, 최기영 전공의, 비뇨기과 박종관 교수, 신대진, 오희경 전공의, 재활의학과 서정환
교수, 신승훈, 김광석, 양선호, 박은경, 변환택, 김관민, 정영창 전공의, 임상병리과 김달식
교수, 신장내과 이식 전임의, 약리학 교실 곽용근 교수, 생화학 교실 박진우 교수, 박병현
교수, 학생으로서는 이윤재 군등 대식구가 나와있었다. 풀 코스를 여러 분 완주한 경험이
있는 최하영 교수는 감기로 콘디션이 안 좋아서 불참하였다. 이내호 교수가 짜 준대로 승
용차에 나누어 타고 군산으로 출발했는데 차로 한 시간이나 걸리는 길을 뛰어야 한다고 생
각하니 심난하기 짝이 없었다. 군산운동장에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로 수 많은 선수들과 응
원하러 나온 가족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마라톤이 시작되어서 우선 흑인 선수들을 비
롯한 선수들이 먼저 출발을 하고 등에 "4:00", "4:30", "5:00"등 따라 가면 비슷한 시간대에
마칠 수 있는 pacemaker들이 있어서 4시간 반 짜리 pacemaker와 같이 무리를 지어서 달
리기 시작했다. 한 시간 반 까지는 잘 따라갔는데 날씨도 무척 더웠고 ( 23도 ), 습도도 낮
고 (30%) 바람도 꽤 세서 달리기가 쉽지 않았다. 두 시간이 넘어가서는 체력이 달려서 4시
간 반 짜리 pacemaker로부터 쳐지기 시작했다. 옆을 보니 서울에서 내과를 개원하고 있
는 장동석 원장이 (5회) 뛰고 있는데 아주 잘 뛰어서 먼저 가도록 보냈다. 이 번에 전반적
인 차량 통제나 준비 상황은 아주 훌륭하였는데 다만 한 가지 옥의 티가 있다면 대회 책자
에 보면 30Km 이후 및 결승 지점에 이온 음료가 제공되며 25, 30, 35 Km에 간식으로 초코
파이가 제공된다고 써있었는데 처음에는 있었다고 하나 늦게 뛰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다
떨어지고 나서 아무것도 구경할 수가 없었다. 마치 메뚜기 떼가 지나간 듯 진행하는 분들
은 서있었으나 기대했던 이온 음료나 간식은 구경할 수 없었고 35Km가서야 이온 음료가
조금 남아 있었다. 땀을 많이 흘리면 땀 속에는 나트륨이 있기에 우리 몸에서 나트륨이 빠
져나가는데 계속 물만 마시면 저나트륨증에 빠져서 더운 날씨에 오래 달리면 무기력증이
나 경련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서 풀코스 마라톤에는 이온음료가 필수적이다. 근데 몇
시간 지나니까 젖꼭지가 옷에 닿아서 쓰라리기 시작했다. 이걸 방지하려면 시작하기 전에
바셀린을 바르는 게 좋다는데 사전에 공부를 안해서 몰랐었다. 마침 앰뷸란스가 지나가기
에 일회용밴드를 얻으려고 가니까 김제보건소에 근무하고 전국의사 탁구대회에 나가서 우
승하기도 한 김제보건소에 근무하는 서홍기 선생이 있다가 알아보고 "나이 드신 교수님은
뛰시고 저는 앰뷸란스 타고 가니까 되게 미안하네요" 하고 말하여서 잘 됬다 하고 5,000원
을 빌려서 가게로 들어갔다. 백구담배집에서 허겁지겁 포카리스웨트 2개와 초코파이 2개
를 먹고 뛰려니까 뱃속이 우굴거리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뛰지 못하고 걸기 시작했
다. 뛰다 걷다를 반복하다가 35 Km를 지나자 배가 가라앉아서 계속 뛸 수 있었다. 나는
달리면서 타도에서 온 사람들이 "다른 곳은 이러지 않는데 전라도 인심이 이럴 줄은 몰랐
다, 세상에 5시간을 뛰는데 간식하나 없이 배고파서 어떻게 뛰라고 하느냐"고 하는 욕설
을 많이 듣고 뛸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백구담배집"을 비롯하여 많은 도로변의 가게들
이 주머니가 없는 관계로 돈이 없이 뛰는 마라토너들에게 공짜로 간식과 음료를 제공해 주
었다. 앞에 대구시의사회라고 쓴 티를 입은 2 분이 있어서 인사를 하니 한 분은 마취과 의
사로 환갑이 넘으셨는데 풀 코스를 10 번도 넘게 완주하신 분이란다. 대구시의사회에서 20
여분이 왔다는데 그 중에는 3시간대에 뛰시는 분도 몇 분 계신다고 해서 주눅이 좀 들었
다. 마침 속도가 비슷하여 얘기를 하면서 같이 뛰니까 훨씬 수월하였다. 고속도로 톨 게이
트 즈음해서 오르막 길이 나오는데 어찌 숨이 차던지 주저 앉고 싶은 것을 옆에 같이 뛰는
선생님께 미안해서 꾹 참고 달렸다. 주위를 살펴보니 뛰는 사람보다는 걷는 사람이 더 많
이 보였다. 전주 시내로 진입을 하는 곳에서 학생들이 몇 명 나와서 음료수를 주는 데 속
이 좋지 않아서 마실 수가 없었다. 시내를 진입하여서는 신호등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동기인 최인수소아과 원장을 만났다. 이렇게 아는 사람들을 만나니 체면이 있어서 걷지도
못하고 계속 뛰었다. 전주 운동장에 도착해서 이제 다 왔나 했더니 운동장 트랙을 한 바퀴
돌아야 했다. 근데 갑자기 환갑이 넘으신 선생님이 100미터 달리듯이 속도를 내셔서 나도
어쩔 수 없이 같이 전 속력으로 달렸다. 마침내 42Km를 끝까지 달리고 나니 이미 좋은 성
적으로 완주한 곽용근, 이내호, 김달식 교수와 노시균, 박정윤 선생이 환영을 해주었다.
이 세 교수들은 4시간대로 들어와 있었다. 나는 비록 5시간이 넘어서 들어 왔지만 군산에
서 전주까지 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질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보니까 식구들이 마중 나와
서 축하해주고 하는데 우리 집 식구들은 다 교회에 있어서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하프
코스를 완주한 박진우, 박종관, 서정환 교수 팀 들은 군산에서 마치고 따로 돌아왔다. 신경
외과 이정청 교수님은 처음 하프 코스를 뛰셨는데도 1시간 53분에 주파하셔서 놀랐다. 재
활의학과 선생님들은 휠췌어를 타고 달리는 장애우 환자들과 같이 하프 코스를 달려 잔잔
한 감동을 주었다.
이번에 참가한 사람들 중에서 쥐가 나서 포기한 한 사람만 제외하고는 모두 완주하였다.
마라톤이나 지리산 3박 4일 종주를 하면서 항상 인생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이 세 가지
있는데 첫째는 종점까지는 아득하게 멀어서 저길 언제 가나 하고 생각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씩만 계속 떼면 언젠가는 종점에 다다르게 된다는 것과 둘째로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
시 내리막이 있다는 것 셋째는 처음에 아주 천천히 가지 않으면 뒤에 가서 포기하기 쉽고
절대로 후회한다는 것이다. 이번 마라톤에서도 아쉬운 것은 초반전에 조금 무리를 한 것
과 중간에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고 마셔서 뱃속이 안 좋아서 늦어 진 것이 후회가 되고 다
음 부터는 미리 충분히 연습을 하고 처음부터 천천히 달리고 음식을 조심해야 되겠다는 생
각을 하면서 다음 대회 때는 5시간 내에는 들어와야 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번 마라톤에
의대 교수님들이 대거 참석해 주신 것을 계기로 의과대학 주위로 마라톤 연습코스가 장래
에 만들어 질 것 같다. 따로 큰 돈을 들여서 만들자는 게 아니고 생명과학관 공사 시에 길
을 만들 때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 뛸 수 있는 트랙을 만든다는 게 채수완 학장님의 생각
이다. 항간에 떠도는 우스개 소리 중에 "의사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하면 오래 살고 의사선
생님이 하는 대로 따라 하면 일찍 죽는다"하는 소리가 있다. 환자에게는 스트레스를 줄이
고 술, 담배를 끊으라고 하지만 정작 의사 자신은 술, 담배를 많이 하고 스트레스를 떨쳐
버릴 수 없어서 나온 말이라 생각된다. 끝으로 동문 여러분들께서도 환자들에게만 운동하
라고 권하고 본인들은 시간이 없어서 운동이 필요한 줄 알면서도 못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아무 준비물이 필요 없고 동반자도 필요 없고 그저 시간 나는 대로 5분이고 10분이고 주
위 운동장이나 아파트를 돌면 되니까 이제 부터 라도 뜀박질을 권해드리고 싶고 뛰시다가
자신이 생기면 운동신경도 지지리 없고 약골로 소문난 박성광 교수도 완주했다는 마라톤
에 꼭 도전해 보시길 강력히 권하고 싶다. 그래서 "의사 선생님이 하는 대로 따라 하면 오
래 산다"하는 말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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